오늘은 주일이라서 예배에 참석할 예정이라,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다음에 오게 될 버스도 늦게 오고 해서 차라리 멋진 길을 산책하며 걸어서 기차역까지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생긴 좋은 버릇인지, 아니면 안 좋은 버릇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왠만한 거리는 충분히 걸어 갈 수 있다는 마음에 숙소에서 약 8킬로미터 떨어진 거리를 걸었다. 스페인에서 하루 가장 많이 걸은 거리가 약 30킬로미터 정도이니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졌다. 그러나 미국에서 오래산 사람들에게는 꽤 먼 거리인 셈이다. 미국에서는 바로 집 앞에 있는 마켓도 차를 타고 가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교통비는 다른 곳에 비해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기차 여행을 할 때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들었는데, 유럽에서 많은 기차여행을 했지만 승차권을 확인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유럽 다른 곳을 여행 중, 승차권 구입을 안하고 기차에 탑승하여 적발된 애들이 있었다. 돈이 없어서 그렇게 했는지, 안 걸릴 것 같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둘 다였지는 모르겠다. 나로써도 말로만 들었지 처음 본 것이라서 정말 돈을 안내고 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검문검색을 하던 여자 승무원은 티켓 발부 대신에 그들의 변명을 들어주고는 승차비를 지불하도록 하는 관용을 베풀었다.
일요일 아침 거의 첫차와도 같은 기차를 잡아타고 제네바로 향했다. 아침 7시경 숙소를 출발해서 오전 9시 30분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제네바 기차역에서 내려서도 열심히 걸었다.이날 가게 된 교회는 국제교회였다. 세계에서 스위스에 와서 장기이던 단기이던 살게 된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 제네바 땅에서 제법 규모있는 장소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날 설교의 제목은 프랑스어와 영어로만 적혀져 있었다. “La Poursuite du Bonheur”라고 프랑스어로 쓰여진 밑에 영어로 “The Pursuit of Happiness”라고 쓰여 있었다. 설교는 다행히도 국제교회 답게 영어로 했다. 인생의 행복이란 하나님을 온전히 순종하며 따르는 것이라는 주제의 설교였다. 공감이 가는 설교 내용이었다. 우리는 행복하려고 많이들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인생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고통이 따를 때에는 내 인생이 왜 이런가 하는 생각들을 누구나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을 따르려고 부단히들 노력을 한다. 우리들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비교의식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감 마저 박탈 당하기도 한다. 이런 행복감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외부적인 사항들로 인해서 언제든지 박탈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께서 Timothy Keller가 한 말을 문자로 전해 주었다. “With Jesus, all you need is nothing. But most of us don’t have that”. 말하자면 “예수님과 함께라면, 당신이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안타깝게도 현시대 예수님을 믿는 다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날의 날씨는 왠지 미국 시애틀 날씨와도 비슷했다. 워싱톤주에 오래 거주한 어떤 이에 의하면은 워싱톤주가 북미의 스위스 알프스라고 한 말을 들었는데, 그날의 날씨만 보면 구름끼고 보슬비가 내리는 것이 시애틀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제네바 근처에도 동네 이름 중에 Bellevue 라는 동네가 있는데, 이 이름은 시애틀 근교 도시의 이름이기도 해서 어떤 면에서는 연관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Bellevue 라는 단어가 프랑스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영어로는 ‘Beautiful View’, 즉 ‘아름다운 경치’이다. 시애틀 근교의 Bellevue 라는 곳도 아름다운 경치가 보이는 장소들이 있기는 하다. 그중에서도 Mount Rainier 라는 산이 보이는 곳이 있는데, 이 산은 만년설이 있는 멋진 산이다. 언뜻보면 일본의 후지산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산이다. 일본에서 오랜생활을 한 어떤 미국인은 일본에서 오랜 생활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워싱톤주의 Mt. Rainier보다 후지산을 더 자랑스러워 하는 듯 보였다. 물론 미국이 워낙에 넓은 지역이라서 자신이 사는 주가 아니면 같은 나라라도 다른 주에 대한 긍지를 갖는 다는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 테네시에서 줄곧 살지만, 오랜 세월 일본에서 거주했던 이 미국인에겐 미국 워싱톤주에 있는 Mt. Rainier보다도 일본의 후지산이 더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내게 후지산이 훨씬 높은산일 것이라면서 은근히 후지산을 자랑했다. 많은 이들도 으례 후지산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 Mt. Rainier가 훨씬 높다. 아마도 이 미국인은 자신은 살아보지도 않았고 자신이 살던 테네시주에서 멀기만 한 워싱톤주에 대해 별로 애정이 가지를 않았나 보다.
이미 그전날인 토요일에 제네바에서 보고 싶은 것들을 다 보기도 해서, 오늘은 제네바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곳에 가서 식사를 하고 일찍 숙소로 향하기로 했다. 그 다음날 취리히로 떠날 예정인데, 취리히 도착하기 전에 가보고 싶은 도시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 출발해야 로잔과 베른을 모두 방문하고 너무 늦기 전에 취리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식당에 도착을 해 보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였는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오후 2시경에 도착을 했는데, 이렇게 사람이 붐비다니…. 얼마나 맛있는 곳이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했다. 심지어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기까지 했다. 그곳에서 가장 인기 메뉴는 통닭 반마리에 감자튀김과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시키는 음식같아 보였다. 닭요리는 왠만하면 다 잘 먹는 음식 아닌가? 한국인처럼 보이는 부녀도 내 앞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내 옆에는 스페인에서 유학 온 커플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스페인을 스위스 오기 직전에 다녀 온 터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 커플과 나누었다. 영어는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언어능력이 뛰어나기는 한 것 같기도 하다. 스페인 출신으로써 프랑스어를 주로 구사하는 제네바 쪽에서 살고 있으니 너희는 북중남미가 있는 대륙에 오면 언어 때문에 여행을 하는데 고충은 없겠다고 했다. 사실 파나마 운하로 인해 이어져 있지 않은 것 같은 북중남미의 땅 덩어리에 속한 나라들은 수십개의 나라가 있고 10억 여명이 넘게 살고 있지만, 사용되는 공용어는 전체 4개에 불과하다. 캐나다가 영어와 프랑스어를 쓰고 있고, 미국은 영어 그리고 중남미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구사자들은 서로를 약 60~70% 이해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그렇게 얘기해 줬더니 정말 그렇다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음식이 드디어 나왔다. 먹어보니 그냥 평범하기 짝이 없는 통닭이었다. 감자 튀김을 먹어보고 혹시 이것 때문에 이곳이 이렇게 줄을 서야 할 만큼 인기가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닌것 같았다. 그렇다면 혹시 이 셀러드? 내가 결론을 내리기로는 17.90 franc, 지금 환율로 약 2만 8천원 정도 하는 저렴한(?) 가격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곳으로 모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제네바 시내에 나들이 온 젊은이들과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고 지속해서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귀가 할 수 있게 해주는 착한 가게이기에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통닭 반마리 였다. 통닭 한마리도 아니고 반마리에 2만8천원 정도하는 음식이 엄청 저렴한 축에 속하여 저렇게 사람들이 모인다니, 정말 물가가 높은 나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 가격이 스위스에서는 엄청 저렴한 가격이기는 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하루 삼시세끼를 밖에서 사먹어도 아무런 부담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스위스에서도 그렇게 하기에는 부담이 됐다. 다행인 것은 처음 도착하는 날, 나를 기차역까지 마중 나와 준 숙소 관리하시는 분이 마켓까지 데려다 줘서 숙소에서 음식을 해 먹을 만한 것들을 이미 구비 해 놨다. 생수물도 몇병 구입했더니, 숙소 관리하시는 분이 왜 그런 것을 돈 주고 사냐고 하셨다. 스위스의 물은 깨끗해서 수돗물에서 나오는 물을 그냥 마셔도 된다면서… 그래도 난 왠지 끓인 물이 아닌 이상 수돗물은 신뢰가 안 갔다. 내일 묵고 있던 숙소를 떠나야 하기에 숙박비를 지불하려고 하니, 스위스 현금이 충분하지 않았다. 스위스에서 아직 몇일을 더 여행할 계획이라서 은행에서 바꾼 스위스 돈은 일단 가지고 있는 것이 낳겠다 싶어서 미국 달러도 괜찮겠냐고 했다. 미국 달러가 킹달러였던 시기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너무도 흔쾌히 내 미국 달러를 받아 주었다. 어쩌면 그분이 곧 미국으로 여행 가게 될 터인데, 미국 달러로 받아두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미국 달러가 강세인 때였기 때문에, 미국에 도착을 해서 다른 나라 돈으로 미달러를 환전을 하면 환율도 불리할 뿐더러 수수료도 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