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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스위스에 걸맞는 수도 베른

by 어진윤 2024. 4. 26.

로잔에서 베른으로 가는 기차안에서의 바깥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 봐 왔던 스위스의 경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어떤 국가의 수도가 어디인가 생각할 때에 가장 잘 알려져 있거나 인구 수가 많은 도시가 그 나라의 수도라고 으례 생각하기 쉽다. 대한민국의 서울이 그렇고 일본의 도쿄, 러시아의 모스코바 등등의 도시들은 그 나라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가장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또 인구수도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종 의외의 도시가 수도라는 것을 알게 되면 놀랄 때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쇼프로그램에서 호주의 수도는 어디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아마도 시드니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암암리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사실은 시드니가 아니고 캔버라라는 도시였다. 그 후에 다른 나라들의 수도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나라들이 호주의 경우처럼 의외의 곳에 수도가 있었다. 물론 우리가 그 나라의 수도가 어디인지 꼭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별로 생각해 보지 않는 주제라서 그랬겠지만 스위스의 수도가 베른이라는 것을 알고도 좀 신기했다. 

 

이곳 베른에 와 보니 정말 오기를 잘 했다. 안 왔으면 어쩔뻔 했나 하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멋진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위스라는 멋진 나라의 수도가 되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수도는 워싱톤 D.C. 인데, 이곳도 예전에 한 번 방문을 한 후에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말로만 늘 들어왔지 직접 가서 경험을 해 보지 못했기에 내가 사는 나라의 수도는 어떤 곳인가 상상만 하고 고작 TV에 잠시 나오는 뒷배경으로만 볼 수 밖에 없었는데, D.C.도 왜 이곳이 미국의 수도이기에 부족함이 없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내가 많이 다녀 본 미국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장소였다. 마치 유럽 어느나라의 도시를 방문한 듯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도시 자체를 미국 초창기 시절에 프랑스인이 설계를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면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느낌도 없지 않아 들기도 했다.

 

스위스 수도 베른의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경치

 

베른의 Old Town은 세계 문화유산지로 선정된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 이 도시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나는 곳이었다. 세계 각국에 도시들을 갈 때마다 이 Old Town 들을 보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참 부럽다. 대한민국이라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에서 태어난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전쟁의 폐허로 인해서 한국에서는 수백년 전에 선조들이 살았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에 공감을 하는 편인데, 한국에 가면은 한국만의 특별한 고유의 건물들로 가득한 도시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한국의 몇몇 한옥마을 같은 인위적으로 보존하려는 그런 곳이 아닌, 오랜 역사속에서 사람들이 살아 오던 동네가 아직까지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도시들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일제시대와 한반도 전쟁 등을 거치면서 불가피한 상황이었겠다. 이런 마음은 비단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에서 살아 온 것도 이런 나의 마음에 한 몫 했을 것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역사가 그리 긴 편이 아니기에, 유럽과 같이 수백년을 이어 온 도시들이 있을리가 없다. 영국 청교도들이 도착한 New England 지역도 그들이 도착한지 이제 400년 정도가 됐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미국에서 가장 오래 살게 된 캘리포니아는 170여년 전에 미국의 일부가 되었기에, 유럽의 수백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있는 도시들을 방문할 때면 부러울 따름이다. 실제로 유럽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미국의 짧은 역사를 비꼬는 이들이 있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세계 최강대국으로써 군림하고 있는 것이 못 마땅했을까? 미국에 한번 와 보라고 하면은 미국에 볼 것이 뭐가 있다고 가겠냐고 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유럽에는 역사를 보러 가고 미국에는 자연경관을 보러 간다는 말이 있다. 실로 미국은 아름다운 경치가 많은 곳이기는 하다. 구지 나쁘게 말하면 땅덩이가 크니까 아름다운 곳이 여기저기 듬성듬성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땅 면적에 있어서 미국과 조금 더 클 뿐인 유럽대륙에서의 여행이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는 각기 다른 언어를 쓰고 고유의 문화를 간직한 나라들이 한대 뭉쳐있어서 그럴 것이다. 미국이 50개주의 연방국가이며 각 주의 특색이 있고 여러 민족이 와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염연히 말하면 한 언어와 한 문화권이다. 수천킬로미터를 운전하고 가도 같은 문화권에 같은 언어를 써서 그런지 똑같은 가게들이 여기저기 눈에 밟힐 때면 따분하기 그지 없을 때가 있다. 어쩌면 내가 유럽 여행은 외국여행으로 몇번 다녀 온 것이 전부이고, 미국에서는 오래 살아서 미국여행이 실증난 것도 내 견해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스위스 한나라만 봐도 그 작은 나라에 4개의 공식 언어가 존재하고 각 지역마다 언어권이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내겐 너무 매력적인 여행지로 다가왔다. 스위스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는 프랑스어, 독일어 그리고 이탈리아어이다. 물론 로망슈어라는 소수의 사람들이 이탈리아 국경 근처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리적으로 보자면 프랑스어는 스위스의 서부 그리고 독일어는 중동부에서 걸쳐 가장 넓은 지역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한국어에도 사투리가 있듯이 스위스 독일어는 독일에서 사용하는 독일어와 완전히 같은 언어라고 볼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사실 스위스에서는 프랑스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인 줄 알고 있었다. 유럽의 강대국 대부분이 자기 나라의 언어를 쓰는 다른 나라들이 있는데 반해 독일처럼 강한 국가가 왜 그런 나라 하나가 없는가 하는 내 생각은 여지 없이 틀린 생각이었다. 스위스라는 어마어마한 나라 뿐만 아니라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등 다른 유럽의 굵직굵직한 나라들에서도 독일어가 공용어이다. 프랑스어는 캐나다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쓰이고 있고, 스페인어는 설명할 필요도 없을만큼 중남미 거의 모든 나라들이 쓰고 있으며 포르투갈어는 브라질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사용되고 있어도, 독일어는 유럽의 작지만 큰나라들에서 공용어이니 과거 식민지 통치의 역사로 현시대 세계지리상 언어적 영향력 갖게 된 다른 유럽국가들에게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스위스 베른의 유명 축구팀 영보이즈의 팀 깃발이 길 가에 휘날리고 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 베른. 이렇게 멋진 도시인 줄 알았더라면 이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생각 될 만큼 유럽스러웠다. 여기저기 아름다운 도심을 누리다가 취리히로 가야 할 기차시간이 다가왔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 샌드위치를 사고,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마켓에 들러서 음료수와 과일을 좀 샀다. 그 마켓에는 스위스 다른 지역에 음악전공으로 유학을 왔다가 베른에서 자신의 꿈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한국분이 일을 하고 계셨다. 멋진 도시에서 살고 계셔서 그런지 왠지 더 멋져 보였다. 한국인들을 유대인들에 많이 비교하고는 하는데, 한국인들과 유대인들의 생존력을 예로 들어서  민족을 비교하고는 한다. 전세계에 모든 나라에서 자신들만의 타운을 형성하고 살아간다고 하는 유대인들도 한국에서만큼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하는 농담이 있는데, 이런  한국인들이 전세계 곳곳에 들어가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왠지 뿌듯해 졌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한국분과의 짧은 대화를 뒤로 하고 난 취리히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