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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도시: 스위스 취리히

by 어진윤 2024. 4. 27.

드디어 목적지인 취리히에 도착을 했다.  도시 중심에 있는 취리히 기차역에 이왕에 도착한 김에 호텔에 들어가기 전 이곳 저곳 들렀다가 저녁 늦게 호텔에 도착하는 계획을 짰다. 어차피 숙소에는 들어가서 자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취리히 물가는 어마어마 했다. 그야말로 잠깐 잠만 자는 곳에 그렇게 큰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스위스 물가를 생각할 때에 그러려니 해야했다.  

 

스위스 취리히 도심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계 어디를 가던지 한국과 관련된 장소가 있는지 찾아보는 편이다. 예전에 어떤 뉴스 기사에서 스위스 어딘가에, 스위스 전체이었는지 아니면 취리히시에서만인지는 몰라도 유일한 한국마켓이 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말하자면 해외 한국인의 성공 스토리 같은 것이었는데 스위스에 갈 기회가 있다면 한번 가보자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가게가 내가 하차 한 취리히 기차역에서 얼마 안가서 있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있기도 하고 해서 잠시 들렀다 가자는 생각으로 발길을 옮겼다. 간판에는 YUMIHANA 유미하나ゆみはな라고 라틴알파벳, 한글, 그리고 히라가나로 쓰여있었다. 규모가 생각보다 제법 큰 마켓이었다. 한국인이 세운 마켓이고 단연 한국 물품들이 많이 있었지만, 한국인들만이 주된 고객은 아닌 듯 싶었다. 마켓 안에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더 많아 보였다. 식품뿐만 아니라 공예품이나 주방용품 등 취급하는 물건의 종류도 많았다. 다들 그런지는 몰라도 해외에서 마켓에 가게 되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의 물가와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미국과 비교해서 바가지 가격이면은 왠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것이 문제가 될 때가 있는데, 한국을 방문하고 오면 미국 내에 있는 한인마켓에서 무엇을 구입할 때에 마치 바가지를 쓰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한국에서의 가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에 따라 변동하기는 하지만 한국내 정가에 3배 정도 비싼 물건들이 허다하다.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써는 가장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있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미국으로 수입해 들어오는 물건들에 곧장 곧장 반영을 하면서, 달러의 강세가 지속되도 미국내에서의 한국품목 물건들에 반영되는 것은 극히 드문것 같다. 이부분에 있어서는 한인마켓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제정세로 인해 석유가격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는데, 유독 브렌트유 등이 올랐다는 소식이 떨어지기 무섭게 미국내 gas station 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지만, 그에 반해 국제 석유거래가가 엄청 내렸다고 해도 gas station 가격은 미동도 안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가격을 내리기는 내리되 석유가격이 내려 간 시점에서 한참 후에야 내려갈 때가 많은 듯 했다. 

 

취리히에서 내가 묵는 숙소는 에어비앤비도 아니고 마켓에서 사서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 삼시세끼를 다 사 먹어야 했다. 그러나 이곳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이곳의 서민들은 어떻게 먹고 살겠는가? 그래서 그곳 마켓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종업원분에게 물어보았다. 그분은 주로 어디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지…. 그랬더니 그분이 하는 말이 어디가서 뭘 잘 사먹지 못한단다. 살인적인 물가로 인해서…. 그분은 스위스분이 아니시고 다른 유럽연합 국가에서 온 분이었는데, 스위스로 이사와서 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분도 자신이 살고 있던 국가에 비해 엄청 비싼 물가로 인해 외식을 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이민 온지 얼마 안 된 이방인에게 더는 가성비 좋은 맛집에 대해 물어보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볼 사람이 없나 찾던 중에 마켓을 나오고 있는데 일본말이 들려왔다. 계산대에서 일하시는 분이 알고보니 일본분이었다. 일본손님의 물건을 계산하는 중이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 이제 곧 식사를 하러 가야하니, 그분이 추천해 주는 곳으로 가자는 생각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추천받은 곳으로 식사를 하러 빨리 걸었다. 그분이 추천해 준 곳은 눈에 띄게 쉽게 찾을 수 없는 Burger shop 이었다. 그분이 가르쳐 준 곳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가는 길에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봤는데, 그곳을 아는 이는 없는 듯 했다. 과연 이곳이 맛집이 맞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드디어 골목길에 들어서 있는 햄버거 가게 발견. 그때가 오후 6시경이었는데,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Burger를 파는 곳 치고는 내부 인테리어가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싼 햄버거를 파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한글로 ‘화난 치킨’이라고 쓰여진 정체 불명의 물건이 놓여 있었다. 한국분이 하는 곳 같지 않은데 왠 한글이… 그래도 한글로 쓰여진 무언가를 보고는 반가웠다. 드디어 햄버거가 나왔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햄버거였다. 햄버거에 뭘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아야 하지만 이제는 좀 익숙해 질 법도 한 스위스 물가 덕분인지 햄버거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유명한 IN-N-OUT Burger 하고 비교하면 안 되지만, 가격은 그 당시 IN-N-OUT에 거의 10배 가까운 가격이었다. 이 햄버거는 내가 태어나서 먹은 가장 비싼 햄버거로 남아있다. 아마 이 기록은 내가 미국 디즈니랜드에 가서 그곳에서 가장 비싼 햄버거를 사 먹더라도 깨지지 않을 것 같다. 나에게 이 햄버거를 추천해 준 마켓 일본 종업원분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이것이 스위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곳이 가성비 맛집이라고 추천할만큼 이 burger shop에 자주 오는 것 같았는데, 그분이 힘들게 번 돈으로 여기에서 비싼 햄버거를 사 먹는다고 생각하니 안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Purchasing Power 라는 것을 생각 할 때에, 삶의 질은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간단히 얘기해서 내가 가진 $1불이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무엇을 구입할 수 있냐는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연봉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높더라도 구매력에 있어서 현저히 열악한 환경이기에, 잘 먹고 잘 산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물론 삶의 질이라는 것은 구매력 가지고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환경, 공기의 질, 그리고 문화생활 등등 감안해야 할 부분들이 수도 없이 많기에 GDP만으로 한 나라의 개인이 다른 나라의 개인보다 더 잘 산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스위스 물가를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일지는 몰라도, 내가 태어나서 먹어 본 가장 비싼 햄버거. 그래도 맛은 괜찮았음~

 

취리히의 초저녁인 6시30분 경에는 아직 그렇게 어둡지가 않았다. 취리히역에서 내려 남쪽으로 1시간 가량 거리에 있는 숙소까지 걸어가고 있는 중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시위하는 것을 보았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그리고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 본사 앞에서 슬로베니아 류블랴다와 같이 유럽의 곳곳에서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유럽 서민들의 삶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 Credit Suisse 본사 앞이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UBS가 Credit Suisse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한 안경 쓴 남성이 중간에 서서 열성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설파하고 있었다. 방송국 취재진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아주 멋진 광장이었지만, 시위대의 운집과 소란스러움에 그곳에 오래 있지는 못했다. 초행길이기에 혹시 다른 길로 들어서서 헤메이는 일이 없도록 물어물어 숙소로 가고 있었다.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고 싶었으나, 이미 해는 저문지 오래었다. 지나가는 길 gas station에서 주유를 하고 있던 어떤 분에게 길을 물었는데,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런데 자신의 차로 태워다 준다기에 사양을 했다. 취리히를 걸어서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아무리 호의라고는 하지만 저녁 시간에 낯선 이의 차를 타는 것은 안전면에서도 좋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 별의별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타인의 호의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해외여행에 있어서 안전을 추구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다행히도 어두운 길을 헤매지 않고 단번에 호텔에 도착했다. 스위스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네 집에 가서 신세를 지고 싶을 만큼 비싼 숙박비였다. 그나마 도심에서 5킬로미터 떨어져 있던 호텔이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호텔 안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붐볐다. 비수기라고 생각되는 이 시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니… 콜롬비아에서 사업차 온 사람과 옆나라 프랑스에서 놀러 온 사람 그리고 텍사스 휴스턴에서 온 중국계 미국인 등등 여러 곳에서 각기 제각각의 이유로 취리히에 와 있었다. 내가 방문한 스위스 첫 도시가 취리히였다면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 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미 Geneva, Burtigny, Lausanne과  Bern 에서 멋진 스위스의 모습을 많이 보고 온 터라 취리히에서는 좀 덤덤해져 있었다. 그래도 이왕에 온 김에 취리히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호텔 직원분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 지역 지도도 받은 후 그 다음날의 모험을 준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