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를 떠나 이탈리아 밀란으로 가는 날이다. 버스를 타고 스위스-이탈리아 국경을 지나 밀란으로 가는 일정이기에 그 전날 미리 버스가 출발하는 곳으로 답사를 다녀왔다. 온라인에서 버스표를 구입하면 어디에서 버스가 출발하는지 지도를 보내 주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차 다녀왔다. 이 버스를 놓치면 여행에 여러가지 차질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 싶었다. 넓은 공터에 버스도 있는 듯 없는 듯 했기에 정말 이곳에서 버스가 출발하는게 맞나 싶었다. 사진도 아닌 2D 그림으로 그려진 지도였기에 더 미덥지 못했다. 더군다나 스위스 기차중앙역 근처에는 다른 버스 정류장도 많은 듯 싶었다. 그래서 이날은 일찍 버스정류장에 가기로 했다. 출발 시간보다 일찍 도착을 해서 나와 같은 버스로 밀란으로 가는 다른 이들이 있는지 확인하면 될 것이었다. 아침 일찍 취리히 도심으로 나왔다. 버스 시간이 오전 11시인데,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아침에 뭐라도 먹고 버스에 올라 탈 계획이었다. 주변에 괜찮은 카페를 검색해 보니, Babu’s 라는 평가가 괜찮은 카페가 있었다. 카페 종업원 분이 추천해 준 Pain au Chocolat와 카푸치노를 한 잔 시켰다. 바리스타 되시는 분이 자신의 라떼 아트 실력을 뽐낸 카푸치노를 건네 받았다. 나는 아직 하트 모양을 겨우 만드는 수준인데, 보기 좋은게 먹기도 좋다고 하는데 너무 멋진 라떼 아트라 마시기 전에 사진 한장을 찍었다. 카푸치노와 빵의 가격은 합쳐서 CHF 9.10 그리고 그 옆에는 자그맣게 Euros 9.89라고 영수증에 적혀 있었다. 이곳은 대도시 답게 유로도 받나 보다. 아침 9시경이었는데, 사람들이 카페인의 힘을 빌려 하루를 시작하려는지 붐볐다. 분위기도 좋은 카페였는데, 중국인으로 보이는 웨이트레스분이 계셨고 동양인 손님들도 제법 있었다. 약 한시간 동안 그곳에서 앉아서 생각하는 시간도 갖고, 스위스인들이 아침에 홀로 혹은 친구들과 앉아 시간 보내는 취리히 아침 풍경을 감상하였다.
버스역에 도착을 하니 몇명이 서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 밀란에 가는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지 물어보니, 몇명이 그리로 간다고 했다. 나하고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들도 기다리는 장소가 거기가 정확한지는 모르는 듯 했다. 출발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우리를 이탈리아 밀란까지 데려다 줄 버스가 나타났다. 버스 손님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은 굉장히 짧은 반면에 출발 시간은 칼같이 지켰다. 조금 늦은 청년이 이미 떠난 버스를 쫓아와서 겨우겨우 올라탔다. 다행이다. 약 4시간 동안 이동하여 밀란까지 가는 버스였다.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에 올라 타니, 내가 그 전날 갔던 Top of Zurich가 내 오른쪽으로 보이는 듯 했다.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닌데, 반가워서 재빠르게 영상에 담았다. 스위스가 아름답기는 아름답다. 버스 운전기사분이 우리를 위해서 특별히 아름다운 길로 돌아서 가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가장 빠른 길로 가는 것일텐데 바깥의 풍경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사진으로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어떤 것은 영상으로 남겨 놓는 것을 좋아하는데 스마트폰 용량을 너무 많이 잡아 먹어서 좀 아쉬웠다. 스마트폰을 멀리 하려고 하지만, 여행에서는 거의 필수용품이라서 이 여행이 끝난 후에는 오히려 가장 큰 용량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계획을 갖게 했다. 버스 운전시간만으로 4시간이고 점심시간까지 낀 일정이었기에 가다가 휴개소가 나오면 쉬었다가 갔다. 그 대형 버스는 다른 버스와는 다르게 버스 실내에 있는 화장실이 고장이 나서 사용이 불가능하였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미국이 그리웠던 적이 몇번 있는데, 화장실 사용이 그 중에 하나였다. 미국은 어디를 가던지 화장실 사용이 무료인데 반해, 유럽은 거의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였다. 동전만 받는 유료화장실도 있어서 동전이 당장에 없을 경우에는 급한 상황(?)에서 동전으로 바꾸러 가야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운전기사분은 점심시간이 되자 괜찮은 식당들도 입점해 있고 규모있는 휴개소에 차를 새웠다. 법으로 규정해 놓았는지, 본인이 식사하고 휴식도 취할 시간을 명확하게 알린 후 승객들을 버스에서 다 내리게 했다. 나도 점심을 먹어야 했기에 내려서 이탈리아 들어가기 직전 스위스에서의 시간을 음미했다. 버스에서 이동을 하면서 이곳이 스위스에서 이탈리아 언어가 주로 쓰이는 지역일까 생각을 했다. 드디어 이탈리아에 들어왔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이지만, 다른 나라인것이 확실히 느껴질 만큼 뭔가 달랐다. 미국 샌디에고에서 국경만 지나서 멕시코 티후아나에 들어갈 때 확 달라지는 느낌하고 다른 무엇이었다. 창밖을 내다 보니 모나리자의 그림으로 한쪽 벽을 도배를 해 놓은 건물이 보였다. 아마도 이 유명한 초상화가 지금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 되어 있을 뿐, 원래는 이탈리아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듯 보였다. “이제 당신은 이탈리아 땅에 들어왔습니다” 라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여러 나라를 가 보았지만, 한 나라를 두번 이상 간 나라는 손에 꼽을 수 있는데 그중에 한 나라가 이탈리아다. 그냥 왠지 모르게 좋다. 이탈리아인들을 한국인들과 비교 할 때가 있는데, 둘다 반도 출신이라서 그런지 다혈질이라나? 다른 것은 몰라도 열정적인 부분에서는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이탈리아 밀란은 처음이다. 밀란과의 간접적인 추억이라도 구지 찾으라면은 예전에 누나가 이탈리아 여행을 가서 패션의 도시 밀란에서 나를 위해 옷을 하나 사 온 것이 전부다. 이탈리아 밀란에서 사왔지만 Made in China라고 쓰여 있는 옷을 보고 그렇게 고맙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중국제품에 악감정은 전혀 없다. 그러나 그때는 모든 것이 Made in China가 되어 가기 시작하는 때였다는 것을 몰랐기에 그랬다. 지금은 날 생각해서 무언가를 사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미리 검색해 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 나섰다. Osteria Da Fortunata 라는 평가가 꽤 괜찮은 레스토랑이었다. 이른 저녁 5시 30분이었지만, 활기찬 이탈리안 노래가 흘러나오는 식당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내가 앉은 후 곧 내 바로 옆자리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온 커플이 자리를 잡았다. 원래 Turkey라고 영문으로표기를 하고 한글로는 터키라고 했던 나라인데, 얼마전에 나라 철자를 Turkiye 튀르키예로 바꿨다. 아마 Turkey가 미국에서 어떤 농담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백악관에서 추수감사절에 전통적으로 사면을 해 주는 한마리 새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내 옆에 앉은 커플이 대화하는 중에 들리는 단어들 중에 내가 알아들은 터키어가 있어서 터키말로 인사를 건냈다. “메르하바~!” 영어권의 사람들이 아니면 보통 타국에서 자신의 언어로 인사를 건네는 외국인을 굉장히 반가워 한다. 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로 옆자리가 굉장히 가까운 거리었기에,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갔다. 이 튀르키예 여자분의 친한 사람이 한국에서 한국 사람과 사귀는 중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한국인인 내게 친근감을 표했다. 튀르키예는 이탈리아와 더불어 내가 두번 이상 방문한 국가 중에 하나이다. 한국과 같이 삼면이 바다이면서 인구도 8천만 가까이 있고 관광지로써도 굉장히 매력있는 나라인데 반하여 충분히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다 펼치지 못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이 튀르키예 남자분은 특히 나라가 돌아가는 것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튀르키예가 앞으로 더 낳아지기는커녕 더 안 좋아 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듯 했다. 2022년 10월에 방문을 한 튀르키예는 달러 대비 환율이 곤두박칠 쳐서 여행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시기에 여행을 했다. 지금 현재의 환율은 달러에 더 약세인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그곳에서는 아직도 달러가 킹인듯 보인다. 튀르키예 리라가 달러에 그렇듯 유로에도 약한 상황일텐데, 어떻게 여행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튀르키예에서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유럽국가인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있었다. 내 경험을 비취어 보면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제외한 서북부 유럽보다 더 저렴하다. 그리고 튀르키예에서 그리스는 국경은 맞닿아 있고 이탈리아도 그리 멀지 않기에 교통비도 덜 들었을 것이다. 그리스는 이들이 온 이스탄불에서는 버스를 타고 건너 올 수 있을 만큼 가까운 편이다. 새로운 장소에서 하는 맛있는 식사는 여행의 또 다른 기쁨이다. 고기 소스가 듬뿍 들어가 Fettuccine는 허기지지 않은 이른 저녁인데도 정말 맛있었다.
어디를 가던지 그곳에 한국과 관련된 장소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버릇이 있는 나는,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밀란 한인교회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수요예배를 참석하러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갔는데, 예배에는 제 시간에 참석을 할 수가 없었다. 충분히 지리를 숙지하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초행길이고 저녁이라서 더 그랬는지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한참 지난 후에 내렸고, 막상 교회 근처인 도로에 다른 버스를 잡아 타고 돌아 왔을 때에도 도무지 교회의 위치가 어디인지 아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겨우겨우 도착한 교회, 그냥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예배가 이미 시작된지 오래이고,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고 있는 중이라서 예배당 문 밖에서 설교를 듣고 있었다. 예배를 마치고 잠시 예배당에 들어가 기도를 하는데, 담임 목사님께서 알아보시고는 수요예배 후에 있는 저녁식사까지 초대해 주셨다. 해외여행 중에 한국 식당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렇게 뜻밖인 곳에서 한국음식을 먹게 되니 너무도 좋았다. 수요저녁마다 제공되는 저녁식사는 굉장히 푸짐하였다. 내가 이탈리아 밀란에 있는 한인교회에 온 것이 맞나 싶었다. 아니면 그 먼 타지이기에 교회에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더 잘 챙겨주시기 위해 저녁식사에 더 신경을 쓰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녁을 이미 먹은 후였지만, 맛있는 한국음식을 사양할 이유는 없다. 이미 많이 늦어진 시간 돌아갈 때 버스를 잘 잡아 타고 전철역까지 갈 고민을 하던 내게 그곳 담임 목사님께서 부목사님께 부탁하여 전철역까지 데려다 주셨다. 처음 간 이탈리아 도시 밀란에서 불과 한시간 전에 어두 컴컴한 장소에서 길을 잃고 헤멘 것치고는 꽤 긍정적이게 밀란에서의 첫 저녁을 마무리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