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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를 떠나 베니스로~

by 어진윤 2024. 5. 4.

밀라노에서 Flix 버스를 타고 베니스까지 가야해서 Flix 버스 정류장까지 가야했다. 내가 묵던 숙소와 가깝지 않았기 때문에 전철을 타고 도착하려면 아침에 좀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다행히도 버스 정류장은 내가 밀라노에 도착한 날 하차한 곳으로 초행길은 아니어서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일부러 도착한 곳과 떠나는 곳을 동일하게 예약한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밀라노를 떠나는 날 정확하게 어딘지 모르는 버스 정류장을 찾다가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날 도착한 날 숙소까지 갈 때 탔던 전철이었고 또 다시 밀라노 한인교회까지 오고 간 경험이 있기에 어느덧 내가 내려야 할 전철역과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도착한 버스 정류장에 베니스까지 가는 Flix 버스가 확실히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와 동일한 버스를 타고 가는 승객들이 있는지 알아 보았다. 다행히도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온 학생이 자신도 나와 동일한 버스를 타고 베니스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오기로 한 버스는 한참이 지나도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 벽에 붙어 있는 버스 스케줄 전광판을 수시로 들여다 보아도 스케줄 상 벌써 왔어야 할 버스는 전광판에서 자취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나와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었으니 내가 잘못 온 것이 아닌 것 같기는 한데, 진작에 왔어야 할 버스가 안 와서 무슨 일인지 좀 황당했다. 나중에 그 프랑스에서 유학 온 친구가 확인해 보니 버스가 지연 된다는 소식을 받았단다. 30분 정도 이상 지연 된 후 드디어 버스가 도착을 했다. 내가 앉아야 할 자리 옆엔 이탈리아 대학원생이 타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베니스에 가는 듯 했다. 이탈리아 대학이나 대학원 학생들은 영어를 잘 했다. 나와도 자신의 영어를 연습을 하는게 좋았는지 버스 를 타고 가던 중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언어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었는지 언어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이 학생은 스페니쉬도 잘한다고 했는데, 내 생각엔 이탈리아인들이 스페니쉬를 잘하는 것은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더니 정색을 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는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말을 들어서 그렇게 얘기했는데, 이탈리아어와 스페니쉬어는 완전히 다른 언어로써 배우기가 엄청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나는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두 언어를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하는 얘기니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었고, 나 또한 내 모국어인 한국어가 아닌 언어를 배우면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그 언어가 내 모국어와 얼마나 유사한가를 떠나서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이 세상에 배우기 쉬운 외국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물론 내 모국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배우기가 상대적으로 좀 수월한 외국어는 있겠다. 예를 들어서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인이 일본어를 배우는 것 보다는 더 수월 하겠으나,  그렇다고 한국인이라고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어순이 같아서 쉽게 느껴 질 수 있을 뿐 외워야 할 단어와 숙지해야 할 문법적인 것들 그리고 알아야 할 한자를 생각하면 수준급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언어다. 내가 지금 영어를 할 줄 아는 것도 미국에 중학교 시절 이민을 와서 잘하게 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어와 판이하게 다른 언어인 영어를 한국인으로써 잘하기란 일어를 잘 하는 것보다 몇배는 더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어떤 영국인도 내가 일본어를 좀 할 줄 안다는 것을 알고는 일본어와 한국어의 간극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왔다. 아마도 그 사람 생각에는 한국인이 일본어를 좀 할 줄 아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가 깔린 질문이었다. 그때 나도 이 이탈리아 여자가 반응했던 것처럼 일어와 한국어는 어순 정도가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언어로써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얘기해 줬다. 어떤 언어들은 동양인의 모습을 한 사람이 할 때에 듣는 이로 하여금 더 놀라게 하는 언어가 있고, 어떤 언어는 백인의 모습을 한 사람이 할 때에 더 경이로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어떤 백인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에 많이 놀라지 않을 수 있으나, 그 사람이 영어가 아닌 중국어나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면은 놀라워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에 동양인의 모습을 한 사람이 한국어나 일어 혹은 중국어를 제 2외국어로 어마어마하게 잘한다 해도 그냥 자기 나라 말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고 그것이 그 사람의 외국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도 어느 정도 본인의 모국어와 비슷하니까 그렇게 잘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전에 들은 바로는 미국 어떤 정부기관이 발표한 미국인들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언어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와 아랍어 등이었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는 것이 유럽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어서 너도 나도 영어를 잘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동양에서 여행 온 여행객인 줄 알았는데 영어를 잘하는 것에 놀랐는지 이탈리아 여자분들 중에는 호기심에 찬 모습으로 나에게 더 우호적으로 대해 줄 때가 종종 있었다. 

 

어디를 찍어도 그림 같은 베니스...

 

너무도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게 되어 이제는 방문객에게 도시 입장료까지 받게 된 베니스…. 그 말로만 듣던 베니스는 소문난 잔치 집에 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TV에서 사진과 잡지에서 또는 책과 페인팅을 통해 수없이 접해 온 베니스라는 도시는 직접 가서 꼭 봐야하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중에 하나이다. 수상도시답게 아름다운 건축물들로 둘러 쌓인 바다 위에는 수많은 보트와 곤돌라가 여행객들을 여기저기로 이동시켰다. 유명 페인팅에서나 봐 왔던 건물들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모습은 말로 형언하기 쉽지 않은 기분을 불러 일으켰다. 수없이 이어져 있는 골목길들과 물로 인해서 건널 수 없는 곳들을 이어 주는 수없이는 다리들… 멋진 건물과 건물 틈 사이를 통과한 시선이 꽂히게 되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 베니스였기 때문일까?, 숙소를 찾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이탈리아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이었는데,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이 도시에서 내가 묵을 숙소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다.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을 했다. 그곳엔 Francesca라는 이탈리아인이 먼저 와 있었다. 전화 통화 중 눈물을 흘리는게 뭔가 좋지 않은 일인 것 같았다. 나중에 들으니 Bologna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인데, 베니스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왔단다. Bologna는 이탈리아 고급 승용차를 만드는 본고장이라면서 본인의 고향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는 듯 했다. 시험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 했다. 그곳엔 스페인에서 일자리를 찾아 면접을 온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베니스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신기한 만남은 그날 오후 베니스 유명한 커피숍에 가던 중 만난 한국분들이었다. 그 수많은 길들 중에 그들을 만나기 직전에 다른 길을 가려던 것을 막판에 반대쪽으로 꺾어서 지나 가는데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이 지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서로 뒤를 돌아보았다. 서로에 대해 알게 된지는 1년이 체 안된 사이였지만, 미국 어디선가 본 사람을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내가 막판에 가려던 길을 바꾸지 않았다면 못 만났을 사람들이었다. 이스라엘에서 그리고 일본에서도 미국에서 만났던 분들을 다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날 만난 그분들이 미국에 있는 분들에게 나를 여행 중에 봤노라고 연락을 했는지 미국에 있는 분들이 내 여행지를 다 알고 있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간식으로 Antico Forno라는 곳에서 피자를 사 먹고 아름다운 베니스를 누볐다. 평소에는 어디를 가도 잘 찍지 않는 셀피인데, 여기저기서 찍지 않으면 안 될 광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다 설명하랴.

 

기회가 있으면 한번 꼭 가보기를… 금요일 저녁 샤밧의 시작인지 그 지역 유대인들이 예배를 위해 나왔다. 남녀가 나뉘어서 예배를 보고 있었다. 한국 옛말에 남녀칠세 부동석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광경이었다. 사진을 많이 찍으려고 노력한 것도 아닌데 무엇에 홀린 것처럼 사진을 찍게 된 베니스에서 늦은 저녁은 그 지역 유명 레스토랑인 Taverna San Trovaso 에서 했다. 저녁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는데, 빈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바쁜 시간에 혼자 온 여행객을 위해 한 자리를 흔쾌히 내 주었다. 왠지 해삼물이 땡기는 저녁이었다. 추천 받은 메뉴로 근사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낮 풍경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베니스 밤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베니스에서 유명한 Taverna San Trovaso에서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