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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서의 아침

by 어진윤 2024. 5. 7.

아침에 일어나니 창문 밖 경치가 가관이다. 물과 물 위에 떠 있는 도시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런 곳에 집이 있으면 조망권 같은 것의 이유로 웃돈을 줘야 하나 할 정도였다. 아무리 숙소 내에서의 경치가 좋더라도 그 좋은 곳에 가서 숙소에 오래 있을 이유는 없었다. 아침 7시경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그 당시 한참 커피를 즐기던 때라서 물 위를 걷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주는 길 위에 있던 Gelati Nico 라는 곳에 들러서 카푸치노를 한잔 시켰다. 원래 Florian 이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숍으로 알려진 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예정이었으나, 예전에 로마에 있을 때 아침에 마신 카푸치노가 생각이 나서 기분을 냈다. 사실 순전히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베니치아 아침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곳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분과 손님들 그리고 내가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왠지 정겨운 그들의 대화… 다행히도(?) 카페 내에서 들려오는 노래만큼은 내가 알아듣는 영어로 된 곡이었다. “Every breath you take”라는 유명한 노래였다. 이곳에서 아침에 일하시는 분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노래라서 틀어놨을까?  고요한 아침의 베니치아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되는 그 전날과 극명하게 대조 되었다. 때에 따라서 다르지만 베네치아에서는 이렇게 조용한 거리가 더 좋았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이른 아침이어서 그랬을까? 지나가는 이에게 말을 걸어도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 아침엔 스위스로 옛날에 유학왔다가 아예 유럽에 눌러 앉은 일본분이 자신의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계셨다. 나 또한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갔다. 그분은 꽤 좋은 장비로 보이는 카메라로 찍고 계셨는데,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비싼 카메라에 대한 그분의 소견을 물으니 쓸데없이 고가의 카메라를 살 필요없다 하셨다. 그분이 찍고 있던 카메라도 10년은 훌쩍 넘긴 물건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것이 제일이다는 생각이다. 나같이 여행을 할 때에는 따로 이것저것 챙길 필요없이 어차피 가지고 다녀야 할 물건으로 사진까지 찍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일본에 관심이 있어서 일본분들이 보이는 것인지는 몰라도 어디를 가나 일본분들과 자주 마주친다. 사진을 찍던 분과 헤어지고 잠시 걷던 중에는 일본의 토종개로 알려진 시바견과 산책하는 일본분과 마주쳤다. 그렇게 사람이 없던 아침에 일본분을 연속으로 만나니 신기했다. 그래서 혹시 그 카메라로 사진 찍던 스위스에서 온 일본분의 부인분이신가 생각했는데, 그 시바견과 산책 나온 일본인 여자분은 베네치아에서 거주하는 분이시란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고 내가 오래 살아온 곳이기에 얼마나 많은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유럽 또한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와서 정착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유럽 내에도 더 인기가 있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 존재하겠다. 내 생각에는 유럽내에서 이민가고 싶은 나라를 꼽으라면 이탈리아가 상위를 차지 하지 않을까 한다. 유럽 대륙 남쪽에 위치한 반도국가로써 서북부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를 가지고 있고 또 물가 또한 서북부보다 더 싸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언어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3월 베네치아의 토요일 이른 아침

 

고요한 아침시간 아름다운 물위 도시엔 물가 가까이 앉아 책을 읽는 사람도 보였다. 조깅을 하는 사람도 한 사람있었는데, 이분들이 여행자인지 베네치아에 정착해서 사는 분들인지는 알길이 없었다. 아침 8시30분경이 되자 거리에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토요일 이른 아침 길을 걷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지인 보다는 여행객들이 더 많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조금이라도 베네치아를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부지런을 떨었으리라… 티를 내지 않아도 영락 없는 여행객인 것이 확실해 보이는 나는 이미 정체(?)가 밝혀졌으니 여기저기 사진을 열심히 찍으며 베네치아에 오면 꼭 가보려 했던 Florian 에 도착했다. 내가 시간당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도시가 베네치아일것이다. 아침 9시에 오픈하는데, 내가 좀 일찍 도착해서 아직 오픈 준비가 한창이었다. 유명한 커피숍이라서 그런지 아직 오픈도 하지 않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화려한 커피숍으로 들어서서 자리에 앉기 보다는 더 흥미로워 보이는 바에 서서 커피를 마셨다. 이미 아침에 Gelati Nico에서 커피를 한잔 했지만 기념으로 한잔 더 마셨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서서 커피를 마시던 바로 옆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놀러온 커플이 자리했다. 영어도 곧잘해서 커피를 마시는 중에 대화를 나눴다. 여자분은 중국계이지만 독일에 오래 산 분이셨고, 남자분은 혼혈인이었다. 이런 분들의 장점은 3개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를 따라 어린나이에 이민을 했기에 부모가 쓰는 언어를 배우면서 이민간 나라의 언어도 배우게 되고 또 이제는 공용어가 된 영어도 배우니 다른 사람이 3개국어를 하려고 들이는 노력에 비해 비교적 쉽게 3개국어를 하게 되는 셈이다. 나는 부모를 따라 영어를 쓰는 미국에 갔기에 영어는 자연스럽게 제 2의 언어가 되었지만, 지금으로써는 내 제 3의 언어가 될 확률이 제일 높은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려면 실력이 일취월장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미국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써 유럽을 여행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그 커플은 상당히 흥미로워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유럽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만큼 그들도 자신들이 살아보지 못한 또 다른 이민자들이 사는 미국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았다. 로마에 들렀다가 나폴리로 갈 시간이 얼마남지 앉아서 걸음을 제촉했다. 내가 건너게 될 육지와 육지를 이어주는 베네치아의 마지막 다리를 건너면서까지도 베네치아의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아내면서 그렇게 베네치아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