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한참을 달린 버스는 6시간 정도 후 로마에 도착을 했다. Tiburtina F.S. 전철역에서 전철을 탄 후 친숙한 로마 termini 에서 내렸다.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로마역을 중심으로 한쪽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고 다른 한쪽은 좀 우범 지역이라고 들었다. 막판에 로마로 가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방을 예약을 하려니 선택권이 많지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좀 덜 안전해 보이는 쪽에 있는 곳의 방을 예약하게 됐다. 베네치아에서 나폴리로 가는데 곧장 가면 너무 늦은 시간에 나폴리에 도착하게 되어서 치안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알려진 나폴리에 밤 늦게 도착하느니 차라리 로마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그 다음날 로마에서 나폴리로 가는 일정을 잡았다. 또 한편으로는 로마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나폴리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0월 중순 쯤에 로마에 갔을 때 주중에 예배가 있다는 로마 한인교회에 갔는데 헛걸음을 치고 온 터라 이번에는 주일 예배를 그곳에서 드리자는 마음에 로마로 간 것도 있다. 로마역에서 내려서 길을 물어가면서 한참을 걸은 후에 숙소에 도착을 했다. 상대적으로 좀 덜 안전하다고 알려진 길이었지만 그냥 느낌이 조금 다를 뿐 위험해 보이질 않았다. 그 길가에는 중국인들이 하는 상점들도 많았고 한국 식당도 있었다. 오히려 이쪽으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후 6시반 정도가 되었기에 오다가 본 한국식당의 위치를 기억해 뒀다. 로마의 맛집을 찾기 보다는 오랜만에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마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식사하는 것도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식당에 들어서니 방글라데시에서 온 분이 서빙을 하고 계셨다. 그분 이외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다른 서버도 계셨다. 한국분이 주인이신데, 그날은 그분 지인의 생일파티를 그 식당에서 하려는 듯 했다. 나는 왠지 냉면이 땡기는 날이여서 물냉면과 그와 잘 어울리는 각종 꼬치를 시켰다. 여러종류의 꼬치를 불판위 어느 정도 거리에 올려 놓으면 꼬치가 자동적으로 돌아가며 구이가 되었다. 한사람이 먹기에는 좀 많아 보이는 양이었지만 버스를 6시간 타고 오느라 점심을 건너 뛰어서 그랬는지 말끔히 해치웠다.
로마에 또 다시 오게 될 줄이야… 그것도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오게 될 줄은 그야말로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5개월 전에 그리스를 방문한 후 여행한 로마였다. 내가 좋아하는 성경인물 중에 한명인 사도 바울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도시였기에 더더욱 오고 싶었다. 그때는 사도 바울과 관련된 장소들을 방문하고 저녁에는 지쳐서 잠이 들고는 해서 정작 로마의 저녁을 제대로 보지를 못했는데, 이참에 로마의 밤을 느껴 보자는 마음에 저녁 식사 후 숙소에 잠시 들른 후에는 먼저 콜로세움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8시경 숙소에서 출발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 로마의 저녁을 돈을 내고 참여하여 다른 곳에서 모인 여행객들과 떼를 지어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미 말한 것처럼 하루 종일 성경과 관련된 장소들을 여기 저기 걸어 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합류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혼자 하게 된 것이다. 토요일 저녁이었지만 내가 묵었던 숙소는 번화가와 좀 거리가 있어서 그랬는지 사람이 없었다. 한참을 걸어도 드문드문 사람이 보일 뿐이어서 내가 이 늦은 시간에 혼자 나오기로 한 결정이 잘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무렵 내 왼쪽으로 콜리세움이 등장했다. 5개월 전 낮에 봤던 모습보다 더 멋진 모습의 콜리세움을 보자마자 나오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내 숙소가 번화가와 떨어져서 사람들이 없었을 뿐, 로마의 밤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왜 로마의 밤 투어가 따로 생겼는지 알 정도로 로마의 밤은 아름다웠다. 낮에 본 도시와 같은 도시가 아니라고 생각 될 만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 숙소가 있는 로마역 쪽에서 한시간반 가량을 걸어서 바티칸에 도착했다. 이번에 도착했을 때에는 5개월 전에는 미처 몰랐던 역사적인 사실들을 몇가지 더 알고 온 터라 감회가 새로웠다. 토요일 저녁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평일 저녁에도 그런지 몰라도 여기저기 사람들로 붐볐다. 로마에 가게 되면 그곳 Gelato를 꼭 먹으라는 지인의 당부에 아이스크림류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지만 그 늦은 저녁에 줄을 길게 선 Frigidarium이라는 가게에서 Gelato를 사 먹었다. Gelato는 언제 먹어도 맛있기는 하다. 가족 단위로 또 친구들과 밖으로 나온 수많은 인파는 식당과 술집 그리고 광장과 길거리에서 그들만의 방법으로 로마의 밤을 즐겼다. 낮과는 너무 다른 느낌의 로마였기에 나는 일부러 내가 이미 가 봤던 장소을 다시 방문했다. 그곳 밤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3시간 정도를 걸으며 느껴 본 로마의 밤은 나로 하여금 나폴리로 곧장 가지 않고 로마에 잠시 들르기로 한 것에 대한 큰 만족감을 주었다. 로마라는 도시를 두번 오게 되었고 또 내 목적지를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폴리 가는 길에 있었기에 만족은 두배였다.
주일 아침, 로마에서 나폴리로 떠나는 날이다. 주일 예배를 로마에서 드리고 싶은 마음에 로마에 왔기에 아침 7시30분에 있다고 알려진 로마한인교회에 가기 위해 새벽같이 부지런을 떨고 짐을 다 싸서 숙소에서 나왔다. 이미 너무 많이 걸었고 짐도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예배 시작 전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2022년 10월 주중 예배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푯말에는 분명히 목요일 저녁 기도 모임도 있고 주일예배도 아침 7시 30분에 있다고 되어 있는데 참 이상했다. 교회 웹사이트에도 같은 시간에 예배가 있다고 나와 있었는데… 내가 잘못 찾아왔나 하고 있을 때 쯤에 이전에 이곳 교회를 다녔던 청년도 예배 참석차 왔다가 예배가 없는 것을 보고 좀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내가 건물을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타지로 이사 한 후에 로마에 온 김에 주일예배를 드리러 온 옛 교인도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잘 찾아왔다는 것에 안도가 되었다. 로마한인교회라고 붙여있는 건물에 들어왔으니 잘못왔나 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예배시간이 한참 지나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교회이름이 쓰인 간판과 함께 예배시간을 교회 건물 앞에 버젓이 붙여 놓고 예배 시간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은 좀 이해가 안 됐다. 교인수가 적어서 본인들끼리만 공지사항을 나누었더라도 지나가는 자신들 교회 앞에 붙여 놓은 정확하지 않은 예배시간으로 인해 타지 혹은 타국에서 온 누군가가 그 먼길을 와서 헛걸음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단 말인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미 지난 2022년 방문 때에도 같은 경험을 했기에 이 교회 담임목사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서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까지 불러 일으켰다. 그러다가 그냥 그 예배당에 앉아서 기도를 드리고 나폴리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기로 했다. 한시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이었는데, 예배가 없었으니 시간상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었지만 그럴 경우 너무 빠듯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것 같기도 하고, 지도상에서 한시간 걸린다고 나와 있더라도 초행길이기에 어떤 변수로 더 걸릴 상황도 있고 해서 그냥 로마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특히 여행을 할 때에는 빠듯하게 이동하는 것보다 항상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계획을 하는 편이다. 교회에서 로마역까지 걸어 가면서 2022년도에 내가 묵었던 숙소들도 다시 가보고 나에게 이탈리아에서의 첫 파스타를 맛보여 준 Ristorante Regina를 지나 로마 아침 카푸치노의 맛을 보여준 로마역 바로 앞 카페까지 들른 후에 전철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