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피에서 약 한시간 정도 버스로 이동을 하니 Salerno라는 도시가 나왔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도시였지만, Amalfi Coast를 충분히 여행한 후에 시칠리아로 가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탈리아인이 본인의 집을 개조해서 여행자들에게 민박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한 숙소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언덕을 한참을 오른 후에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호텔이 아니어서 바깥에 어떤 간판이 없었기 때문에 잘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주인분이 이메일로 숙소에 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사항들을 보냈음을 확인 한 후 숙소에 짐을 풀었다. 주인장의 아버지로 보이는 분께서 나중에 본인의 스마트폰에 크레딧 카드 결제하는 기기를 연결한 후에 그렇게 결제를 하였다. 말이 한마디도 안통했는데도 아무탈 없이 여기저기서 쉬고 먹으며 타국에서 여행하는 것도 참 신기할 따름이다. 늦은 시간 Salerno에서 뭐 특별히 할 것도 없고 맛있는 저녁식사나 하자는 마음으로 그 지역을 오랜시간 지켜 온 Mamma Rosa라는 식당에 갔다. 7시 50분경에 도착을 했는데 이 식당은 열려 있지 않았다. 이미 저녁 식사를 다 팔고 문을 닫았나 했는데 다행히도 8시에 문을 열었다. 저녁 식사 시간 치고는 꽤 늦은 시간이라 여겨졌는데 이곳 분들은 원래 저녁을 이 늦은 시간에 먹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Salerno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에 그곳에 와서 식사를 하는 한국인 신혼부부를 보고 좀 신기했다. 어쩌면 나처럼 Amalfi Coast를 충분히 보기 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인 Salerno를 잠시 머무는 곳으로 정했나 보다 했다. 여름 방학도 아닌 3월과 4월 이었는데도 이번 여행엔 참 많은 여행자들을 봤다. 아마도 펜데믹으로 닫혀 있던 각국의 문이 활짝 열린 것에 이때다 하고 신나서 다들 바깥 세상으로 뛰쳐 나온 듯 했다. 나 또한 이탈리아로 2020년 4월에 가는 비행기표를 구입했다가 전세계적인 유행병으로 각국 국경이 폐쇄가 되어 못 와보고 비행기표를 환불 받는데만 수개월이 걸린 경험이 있었다.
지역 신문에도 기사가 실릴 정도로 알려진 식당인 Mamma Rosa에서는 Paccheri alla Genovese with Octopus and chopped pistachios와 다른 요리 한가지를 더 시켜서 푸짐하게 먹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 나이가 지긋이 드신 주인분이 테이블을 돌면서 식사가 괜찮은지 물어오셨다. 신문에 난 그분과 동일인이었기에 Mamma Rosa인것이 분명했다. 먼 타지에 와서 이렇게 정성이 곁들어진 음식을 먹게 된 것에 마음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더니 옆에 있던 아들분이 더욱 흡족해 하신다. Salerno라는 곳은 생소한 곳이라서 하루밤을 묵고 가는데 좀 주저하였지만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비슷비슷하다. 어느 나라던지 간에 대단히 우범지역이라고 알려지지 않은 이상 필요한 정보들을 점검 후에 여행하면 되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Flix Bus를 이용해서 시칠리아 섬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 곧장 출발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오후 1시 경에 출발하는 것으로 했다. 아침 일찍부터 숙소에서 짐을 가지고 나왔기에 Salerno의 골목과 번화가 등 이곳 저곳을 보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Salerno의 이탈리아인들과 같이 거리를 누볐다. 그날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체로...
이탈리아에서 내 최종 목적지는 시칠리아 섬이었기에 Flix 버스가 나타날 시간보다 좀 이른시간에 버스 타는 곳에 갔다. 그곳으로 버스가 오는 것인지 확인도 하기 위해서… 버스가 온다고 하는 곳에 가보니 Flix Bus Stop이라고 써 있었다. 그곳으로 오는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버스는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를 않았다. 문제는 내가 유심칩을 구입하지 않은채 여행중이었기에 와이파이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면 버스가 왜 지연이 되고 언제쯤 도착을 하는지 update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와이파이를 쓰겠다고 어떤 카페에 들어가는 중에 버스가 왔다가 가버리면 그것도 큰 일이었다. 그래도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부랴부랴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곳까지 간 후에 알아보니 버스가 그 좁디좁은 아말티 도로의 교통체증으로 인해 늦어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새로운 도착시간을 알려 왔다. 새로운 도착시간은 2시 14분으로 그 시간은 내가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를 확인 한 때로부터 한참 후였다. 이미 그 버스가 오고 있는 도로를 지나 온 사람으로써 정체가 있다는 것이 전혀 놀랍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도로 사정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도로였기에 그곳을 지나가는 차도 많았을 뿐더러 심지어 주차하지 말아야 할 곳 같은 곳에서도 사람들이 내려서 사진을 찍으니… 어쩔 수 없이 더 볼 것이 뭐가 남은지 모를 Salerno에서 시간을 더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예정에 없던 바닷가도 걸어보며 시간을 때우고 새로운 도착시간 한참 전에 버스를 타러 bus stop에 돌아갔다. 그런데 버스는 그 새로운 도착시간에도 도착하지를 않았다. 또 와이파이를 쓰겠다고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러면 정말 버스가 왔다가 갈 것 같았다. 지나가는 행인들 이사람 저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다가 David이라는 이탈리아 학생이 나를 도와 주었다. 자신의 스마트폰 hotspot으로 내가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얼마나 고맙던지~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확인해 보니 새로운 도착시간이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시간보다 한참 전으로 다시 바뀌어 있고 버스는 이미 승객들을 태우고 떠났다고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난 그렇게 보기 좋게 버스에게 바람을 맞았다. 많이 당황스러웠다. 꽤 되는 이동거리의 버스라서 Flix Bus지만 가격도 싸지 만은 않았을 뿐더러 이미 이 버스가 지연되는 바람에 오래 기다렸는데 이제 시칠리아섬에 그날까지 도착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를 두고 간 Flix Bus가 야속했다. 차라리 업데이트를 해 주지 말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한 시간보다 더 빠른 시간에 왔더라도 그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한 도착시간까지는 기다려 주는게 맞지 않은가하는 생각도 했다. 그쪽에서 보내온 업데이트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그 후에 다른 업데이트를 확인치 못한 승객들이 있을 것이 뻔한데 버스가 좀 일찍 도착했다고 그렇게 떠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Flix Bus에 이메일로 이 사실을 알렸다.
시칠리아섬 Cantania라는 곳에 이미 숙소가 예약이 되어 있었고 당일이었기 때문에 환불도 안 되었다. 그리고 Salerno에는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뭘 어쩌겠는가? David이라는 날 도와준 이탈리안 학생에게 시칠리아섬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은 후 기차역으로 뛰었다. 이미 시칠리아로 가는 Flix Bus를 타기 위해 7만원 가량의 버스비를 지불 했는데 그 버스는 타지도 못하고 다시 기차표를 구입한 후 배를 타고 시칠리아섬에 가야하는 것이다. 기차표는 Flix Bus보다 약간 더 비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기차를 타고 가는 건데… 우리는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고 뭐든지 늘 겪은 후에야 알게 되는 존재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울며 겨자먹기로 기차표 구입 후 오후 4시를 훌쩍 넘기고서야 기차를 탔다. 내 숙소가 있는 시칠리아섬 칸타니아는 시칠리아 섬까지 배를 타고 내려서 곧장 있는 도시도 아니고 그곳에서 또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조마조마 했다. 내가 기차에서 내린 후 그 시간에 시칠리아에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의 정보도 없었고 또 시칠리아에 어떻게든 들어 갔다고 해도 컴컴한 저녁인 그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Cantania까지 갈 기차나 버스가 있는지 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탄 기차 맞은편에는 이탈리아 군인이 탔다. 오랜 시간 서로 마주보며 가는 자리였기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갔다. 화가난 자신의 여자친구를 달래려 열심히 노력중인 친구였는데 심지어 화상통화에 나까지 동원하여 자신의 여자친구와 어떻게 해서든 화해하려 하였다. 그때도 이 친구는 시칠리아섬에 살고 있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친구였다. 내가 그날 묵어야 할 시칠리아섬 숙소는 Curfew가 있었기 때문에 저녁 11시까지 도착을 해야 했다. 그런데 시칠리아섬 바로 건너편인 이탈리아 지도에 구두모양으로 뾰족한 부분까지 도착하고 보니 이미 저녁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배를 잡아 타고 시칠리아섬으로 가다가 내 자초지종을 그 군인 친구에게 이야기 하면서 내가 묵을 숙소에 그 친구의 전화로 연락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이 군인 친구는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하겠노라며 전화를 했다. 이탈리아인이 하는 전화이니 더 일이 잘 풀릴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오히려 그곳에서는 저녁 11시 이후에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이 군인친구에게 내가 직접 통화를 하겠다고 했다. 여행객들이 자주 다니는 섬이니 숙박업에서 일하는 프론트 데스크 사람들은 영어를 할 줄 알것이기 때문이다. 이 군인친구는 본인에게 11시 이후에는 안된다고 했다면서 좀처럼 자신의 전화 사용을 흔쾌히 허락하지는 않았다. 겨우겨우 전화사용을 허락받고 전화를 하니 이탈리아 여자분이 전화를 받았다. 좀 전에 제 친구(?)와 이미 통화를 했다고 하며 또 다시 11시 이후에는 안된다고 얘기를 할 분위기였지만 그날 나에게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설명해 가면서 통사정을 하며 11시 30분까지 도착하면 안되겠냐고 부탁을 했다. 내 생각엔 어떻게든 11시30분까지는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어를 곧 잘하는 이 이탈리아 주인분은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이탈리아인이 전화를 걸었을 때는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거절했던 사람이 내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난 이 이탈리아 군인 친구한테 전화 사용을 허락해 줘서 참 고마운 마음이지만 이탈리아 말로 이 주인분과 대화할 때 그렇게 정중하게 대화 중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대화를 했기에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와 반대로 외국인이 이탈리아어가 아닌 영어로 진심을 다해 부탁을 하니 마음이 움직여진 것이다.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보다도 정중하고 예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처음부터 내가 전화를 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 이탈리아 친구가 무례하게 마음을 닫아 놓아서 이 주인분의 마음을 되돌리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닌가 했다. 배에서 내리니 이 군인친구는 누군가가 차를 타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 차로 내가 가는 곳까지 데려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지만, 그 친구가 가르쳐 준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표를 구입해야 했다. 거의 아무도 없는 늦은 저녁… 심지어 내가 도착한 후 잠시 열려있던 창구마저 문을 닫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겨우겨우 막차 9시 34분에 Messina를 출발하여 Cantania로 가는 기차를 탔다. 2시간 가량 가는 기차였기에 약속시간 11시30분까지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었다. 더더군다나 난 도착지역의 지리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기차역에서 어디로 뛰어가야 할지 확신도 없었다. 드디어 저녁 늦은 시간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도착을 했다. 이제는 전력질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이 아니면 난 오늘 잘 곳이 없었다. 너무 늦은 시간 어디에서 또 숙소를 찾는단 말인가? 머릿속에 숙지해 둔 기차역에서부터 숙소까지의 길로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냅다 뛰었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급한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다. 밤 늦은 시간에 무거운 가방을 메고 시칠리아섬의 한 부분을 이렇게 빨리 뛰어 본 경험을 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한편으로는 11시 30분까지 도착하기 게임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약속은 약속이기에 제 시간에 도착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 시간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내가 숙지해둔 길로 뛴 후에 정말 그곳에 그 숙소가 위치해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아무래도 초행길이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그냥 맡겨야 했다. 설마 11시 30분이 됐다고 칼같이 문을 걸어 잠가서 이방인을 길거리에서 자겠금 하지는 않겠지? 전화통화로 목소리까지 들은 사이(?)이니 매몰차게 굴지는 않겠지? 섬사람들의 인심이 그래도 육지보다 괜찮다는 것이 이제 선입견일지는 몰라도 섬사람의 인심을 믿어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11시 30분이 좀 지난 시간이었지만 전화통화를 한 이곳 사장님은 그곳에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손님인 나를 맞이해 주고 그날의 긴 하루를 그렇게 마감하는 듯 했다. 이미 약속 시간 11시 30분이 지났고 자신의 퇴근시간을 30분 이상 훌쩍 넘긴 시점이었지만 내가 최선을 다해서 그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느끼는 듯 싶었다. 이곳 시칠리아에서 숙박업을 운영하고 계시는 미모의 이탈리아인 사장님은 본인도 어린시절 세계를 여행해 본 경험이 있고 여행을 통해 수많은 친구를 사귄 것이 너무 좋은 추억이라서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숙박업을 시칠리아에서 운영하고 계신다고 했다. 날 기다려 준 것에 대해 그분께 감사를 표하며 Flix Bus의 만행(?)으로 인해 전투력이 많이 올라간 하루 중에 속했던 그날을 그렇게 마감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