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출출해서 배를 든든하게 채워 줄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Pasticceria Savia라는 곳인데, 이곳은 Arancine라는 동글동글하게 생긴 튀김빵과 같은 것 안에 내용물이 아주 알차게 들어있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배를 타고 시칠리아섬에 들어올 때에 이탈리안 군인 친구가 Cantania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한 음식 중에 하나였다. 하나는 야채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것과 다른 하나는 치즈와 여러 다른 식재료가 들어간 것을 사 먹었다.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주먹 크기 만한 Arancine 두개를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Cantania라는 곳은 처음 들어 본 곳인데 시칠리아섬 자체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곳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이 도시 이곳 저곳을 둘러 보는데 이 지역도 유서 깊은 멋진 유럽의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었다. 건축물보다 더 내 마음을 끄는 곳들은 다름 아닌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사람들이 장을 보는 야외시장에 가니 없는게 없었다. 꽤 규모가 큰 야외시장엔 신선한 야채와 생선은 물론 사슴 같아 보이는 것을 살만 벗겨낸체 판매하고 있는 정육점도 여러군데 있었다. 통째로 갈고리 창에 걸어 놓다가 손님이 원하는 부위를 말하면 날카로운 칼로 먹기 좋게 잘라서 판매하기도 했다. 생선을 판매하는 곳들도 마치 일본 도쿄의 옛날 츠키치 생선 판매하는 곳을 연상케 했다. 생선만 판매하는 매장이 따로 있어서 그날 잡힌 큼지막한 참치를 해체하는 곳도 보였다. 스시를 좋아하는 편이기에 싱싱한 생선의 살 점을 보니 먹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을 보다가 출출해진 사람들을 상대로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은 점심에 팔 음식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큼지막한 문어를 통째로 철판위에 올려 놓고 굽는 분이 열정에 찬 이탈리아어로 손님들을 불러 세우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는 문어 다리 한쪽만해도 꽤 비싼 편인데 먹음직스러운 문어 여러마리를 통째로 구워서 얼마에 파는 가 궁금했다. 섬이라서 그런지 해삼물이 넘쳐 났고 가격도 저렴했다. 늦은 저녁 간식거리 마저 해삼물을 튀긴 음심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아침 시간에 장이 섰던 곳 바로 앞에 위치한 곳인데 저녁이 되니 그곳은 말끔히 정리가 되어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Scirocco라는 곳이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곳이다. 메뉴는 스페인 출신으로 시칠리아섬에서 유학중인 내 바로 뒤에 서 있던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은 것을 시켰지만, 각종 해삼물 종류를 푸짐하게 튀겨서 파는 곳이니 뭘 시켜도 안 맛있을 수가 없었다. 해삼물 튀김을 맛있게 먹었지만 시칠리아 스타일 피자를 먹고 숙소에 들어가려고 미리 검색해 둔 시칠리아 피자 잘 하는 집에 갔는데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야외와 실내를 갖춘 식당인데도 불구하고 저녁 9시가 다 된 시간에도 꽉 차있었다. A Putia Dell’Ostello라는 곳인데 음식을 잘하기는 잘하는가 보다.

그 다음날 나는 시칠리아섬에 오게 된 주된 이유인 시라쿠사에 갔다. 칸타니아에서 기차를 타고 약 한시간 남쪽으로 가면 있는 시라쿠사는 사도 바울이 사흘 동안 시간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나 또한 이곳에서 사흘의 일정으로 있다가 유럽의 작은 섬나라 몰타에 갈 배를 탈 예정이었다. 시라쿠사에 도착을 하니 점심시간이었다. 기차역에서 숙소를 찾아 헤메는 것 보다는 우선 뭐라도 먹고 숙소에 들어가는 것이 났겠다 싶었다. 숙소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일식집이 있었다. 해외에 나와 있는 일식집이 많이 그렇듯이 이곳도 일본인이 하는 일식집이 아니고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일식집이었다. 오래만에 동양의 맛을 느끼고 싶었고 배가 고파왔기에 주저 없이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 점심시간의 특별메뉴 중에는 얼마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많이 있길래 무제한 가격을 내고 양것 식사를 했다.
숙소는 이탈리아인이 소유한 집을 통째로 빌려서 사용을 했다. 펜데믹으로 인해 집 대여를 한동안 못하던 중에 내가 첫손님인 듯 했다. 그동안 집 정리도 잘 안되어 있어서 그랬는지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시라쿠사가 매력적인 것은 그곳에 작은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바로 Ortigia라는 섬이었다. 섬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지로 지정 된 곳이기도 하고, 서기 6년도에 지어졌던 회당의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다. 사도 바울도 2000년 정도 전에 이곳에 들렀다 갔으니 의미가 큰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아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라서 사도 바울을 기념하는 교회도 있었다.

Ortigia 섬 이곳 저곳을 구경하던 중 바닷가가 보이는 다리 밑에서 모델로 보이는 어떤 사람을 전문 사진가들로 보이는 이들이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난 시칠리아 출신의 유명 모델인 줄 알고 나 또한 옆에서 사진을 막 찍으니 이 사람들이 재미있어 했다. 평범치 않은 드레스를 입은 모델 뺨치는 외모인 분을 여러사람이 둘러서서 사진을 찍고 있기에 유명인인 줄 알고 나도 일단 사진부터 찍고 보자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더니 사진의 모델분의 자존감이 상당히 올라갔나 보다. 이들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날은 그분의 생일로써 생일을 기념하여 그렇게 멋지게 차려입고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었다. 난 정말 이분이 모델 정도는 되는 분으로 생각해서 사진 촬영이 끝난 후엔 수퍼모델이냐고 물어 볼 정도였다. 눈이 상당히 높은 내가 봐도 지금까지 본 유럽의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분이셨다. 사람이 아닌 여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 나중에 그 외모 썩이지 말고 꼭 모델로 성공해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분이 험난한 모델 분야보다도 하나님을 잘 믿을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해 달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유명한 이탈리안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영화를 찍었다는 멋진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본 이 이탈리안이 장차 제2의 모니카 벨루치가 될 수도 있지도 않을까?
금요일 저녁 숙소로 가는 길에는 바이올린을 멋지게 켤 줄 아는 남자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상당히 많은 이들이 이 사람의 즉흥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 선율에 매료가 되어 한참이나 그 공연을 관람한 후 숙소에 일찍 들어갔다. 그 다음날 몰타섬에 가는 배를 Pozzallo라는 도시 즉 시칠리아섬 거의 최남단 도시에서 타려면은 일찍 들어가서 준비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Pozzallo는 시칠리아섬 시라쿠사에서 기차로도 한 2시간을 가야하는데 그곳에 도착한 후 저녁 8시경에 출발하여 몰타섬으로 가는 배를 또 다시 타야했다. 시칠리아섬이 크기는 크다.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데 적어도 2시간씩을 기차 타고 이동했으니... 시칠리아 시라쿠사에 도착했을 때에 하차했던 역에서 기차를 다시 타고 2시간을 이동하여 Pozzallo까지 왔다. 스마트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서 베터리가 다 떨어져가고 있었는데 토요일 오후 시간 Pozzallo는 아직 열지 않은 상점과 식당이 많았다. 뭐라도 사먹으면서 전화기도 충전하고 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겨우겨우 그럴만한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이번엔 전화기를 충전할 Adapter가 어디로 갔는지 안 보였다. 물건을 어디다 흘리고 다니는 성격이 아닌 꼼꼼한 성격인데도 오랜 여행과 더불어 이것저것을 챙기다 보니 어디다 물건을 뒀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다행히 내가 방문한 식당에 우크라이나 출신 친절한 여성 종업원분이 나의 스마트폰과 호환 가능한 충전기를 다른 이들에게 수소문하며 찾아서까지 도와줘서 전화기를 충전할 수 있었다. 친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영어도 곧 잘하는 우크라이나분이기도 했지만 저런 사람이라면 서로의 언어 소통이 완벽하지 못한 국제결혼도 괜찮겠다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선한 사람이었다. 아이폰 Adapter를 또 구입해야 하나 고민 했는데 나중에 예상치 못한 내 가방 어딘가에서 찾게 되었다. 나 답지 않은 모습에 좀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겠다고 생각한 계기였다. 시칠리아섬에 와서 그렇게 Pozzallo라는 도시까지 4개의 도시를 잠시 둘러 본 후에는 시칠리아섬 보다 더 방문하고 싶었던 몰타섬으로 향하는 Saint John Paul II이라는 여객선에 저녁 7시 10분 경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