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 그리고 거기서 또 다른 섬으로 떠나갔다. 이탈리아의 가장 큰 섬인 시칠리아 섬에서 유럽연합국에 속한 섬나라 중에 가장 작은 몰타섬에 있다가 이제는 아일랜드로 가는 것이다. 어떤 정해진 여행 루트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어디로든 갈 수 있었지만 그냥 그렇게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 이동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에겐 뜻깊은 수년전 동일한 날짜 4월 4일날도 그렇게 하와이 섬들을 비행기로 이동한 날이어서 더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몰타섬을 떠나는 날 아침에 준비하고 곧장 떠나는데 변수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일부러 유사시에 공항에 걸어서도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내 마지막날 숙소를 잡았다. 숙소는 스스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었지만 떠나는 전날 어차피 새로운 동네도 구경 할 겸 해서 공항까지 답사를 하러 나갔다가 오는 길에 저녁을 사 먹기로 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었다. 공항이 가까웠지만 걸어서 가니 시간이 꽤 걸렸다. 몰타섬의 가장 큰 공항이었지만 굉장히 소규모의 공항이었다. 그래도 Food Court에는 여러 종류의 음식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월남국수도 있었다. 내가 사는 미국에는 정말 잘하는 월남국수집이 많고 또 좋아해서 즐겨 먹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몰타섬에서 월남국수를 먹어 볼 수 있을 줄이야~ 공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월남국수는 내가 먹어온 월남국수가 아니었다. 그냥 저녁을 떼웠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몰타섬 공항에는 한국인들도 보였다. 몰타섬을 여행 온 것은 아니고 다른 곳 갔다가 경유만 하고 떠나는 분들이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 공항까지 걸어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왕복이어서 그런지 거리상으로 전혀 가깝게 느껴지는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떠나는 날에는 내 가방까지 메고 걸어가는 것은 더 쉽지 않을 듯 했다. 어쨌든 꼭 공항 답사의 이유만이 아니라 어차피 새로운 동네를 보러 나간 것이었으니 목적은 이루었다. 오는 길에 그 동네 수퍼에 들렀다. 그곳 분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보고 싶어서 였다. 나 또한 아침에 먹고 나갈 음식들을 마켓에 간 김에 이것 저것 샀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갈 시간이 얼마 안남은 시점에 그 숙소에 머물고 있던 루마니아 출신 영국인 Marius라는 분이 나를 공항까지 차로 바래다 주겠다고 했다. 아일랜드를 갔다가 영국 본토로 들어갈 예정이어서 그분께서 영국 여행 이모저모를 소개해 주었다.
아일랜드까지는 몰타섬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이었다. 내 양 옆에는 아일랜드 여자분들이 탑승하셨다. 몰타섬을 여행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인 듯 했다. 원래 창문쪽을 선호하지만 막판에 비행기표를 구입해서 그런지 내게 선택권이 없었다. 창문쪽에는 젊은 아일랜드 여자가 앉아 있었고 복도쪽 의자에는 중년의 아일랜드 아주머니가 내가 앉은 후에 오셨다. 창문쪽의 아일랜드 분은 아무말도 안하고 앉아있다가 복도쪽 아주머니가 내 옆에 앉은 후 나와 대화를 한참 하게 되자 갑자기 끼어들어 아주머니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두분다 여자분이고 같은 아일랜드 사람들이어서 더 말이 잘 통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분들의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봐도 이 젊은 아일랜드 여자분이 무슨 이유인지 진정성도 없이 복도쪽 아주머니와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젊은 아일랜드 여성은 처음 만난 다른 두명이 대화를 재미나게 하는 것이 못마땅 했던 것일까? 복도 쪽에 아주머니는 굉장히 품위 있으시다고 느껴지는 중년이셨다. 아일랜드에 처음 여행하는 나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아일랜드에서 꼭 해야하는 버킷리스트도 작성해 주셨다. 난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그분께 아이랜드 작가가 쓴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어떤 나라를 방문하면 그 나라 작가가 쓴 책을 그 사람이 살아온 곳에서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아주머니께서는 잠시 생각 후에 James Joyce 가 쓴 Ulysses 를 추천하셨다. 나도 많이 들어 본 책 제목이었지만 아일랜드 작가가 쓴 책이라는 것은 그날 처음 알았다. 그렇게 지루하지 않게 좋은 대화를 나누며 더블린에 도착했다. 공항버스 정류장에는 한국분이 먼저 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시대이니 신기할 것도 없지만 아직도 한국인을 타국에서 보면 이분은 무슨 일로 이 먼 곳까지 오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 보니 4월 4일날 찍은 사진이 하나 밖에 없다. 아마도 몰타섬에서 아일랜드로 오는데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나 보다. 그래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도착 후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시간은 저녁 7시경이었다. 몽골리안 바베큐를 좋아하는데 그렇게 철판구이를 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저녁을 했다.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제법 붐볐다. 그 다음날은 Cliffs of Moher라는 곳에 갈 계획이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추천 받은 버킷리스트 중에도 있었고 몰타섬에서 만난 미국인이 아일랜드에 가면 꼭 가보라고 한 곳 중에 하나였다. 아일랜드에 가게 되면 이곳에 꼭 가겠다고 자기하고 약속까지 하자며 적극 추천한 곳이었다. 그래서 꼭 갈 생각이었는데 워낙에 인기 있는 곳이라서 단체 버스여행에 미리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단다. 예약을 하려고 보니 아일랜드에 있는 동안에는 못 가는 스케줄이었다.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단체관광 떠나는 버스 앞으로 가 보는 수 밖에 없었다. 단체관광버스가 떠나는 곳을 찾아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버스가 아직 떠나지 않았기만을 바라고 버스가 있을 것이라고 한 장소로 뛰었다. 다행히도 버스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으나 이미 예약하고 표를 산 사람의 수가 어마어마 했다. 빈자리가 없을 것 같았지만 관광을 안내하시는 분께 내 사정을 얘기하고 마냥 기다렸다. 만석의 버스였다. 아직 빈자리가 날지 안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드디어 미리 표를 구입한 인원이 모두 버스에 탑승했다. 그리고 관광을 안내하시는 분이 최종 확인을 하러 버스에 들어갔다. 그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마나 조마조마 하던지… 아일랜드까지 왔는데 Cliffs of Moher를 못보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관광을 안내하시는 분이 버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한자리가 빈다고 말씀하셨다. 그 즉시 그 자리에서 표를 구입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미리 예약한 표도 없는 주제에(?) 아침 일찍 일어나 뛰어서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동쪽 끝에 있는 더블린에서 서쪽 끝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가는데만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였다. 가는 길에 들렀던 휴개소에는 버락 오바마와 미셀 오바마의 동상이 서 있었다. 오바마의 아일랜드 방문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었다. 오바마에게도 아일랜드의 피가 섞여 있단다. 조 바이든도 아일랜드계 미국인인것을 보면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 아일랜드계가 꽤 많다.

오전 11시, 드디어 고대하던 Cliffs of Moher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날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곳을 여행하기에 최악의 날이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씨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았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깥 경치를 보며 푸념섞인 혼잣말로 ‘What a view’라고 하자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 마음을 이해하고는 ‘Seriously~’라고 얘기하며 맞장구 쳤다. 그래도 인생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듯이 나는 어떤 때 너무도 긍정적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이런 안개 자욱한 Cliffs of Moher를 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날씨 화창한 날에 왔다면 Cliffs of Moher의 또 다른 모습인 안개껴서 특이한 매력을 뽐내는 자태를 보지 못했을테니까… 그래도 그곳에서 그렇게 한시간쯤을 지나자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그 시기를 놓칠세라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체코에서 온 관광객들은 친구들 다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는지 나에게 사진 찍는 것을 부탁했다. 나 또한 언제 또 그곳이 자욱한 안개로 덮일지 모르기에 그들의 사진을 멋진 절벽을 배경으로 하여 정성스럽게 찍어 주었다. Cliffs of Moher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릴 때에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부여 받았기에 그곳에서 추위를 녹여주는 따뜻한 수프를 먹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일랜드 서쪽 지역 큰 도시인 Galway로 갔다. 이동하는 중에는 아름다운 아이랜드 마을들을 지나쳤는데 예쁜 양들이 무리지어 다니니 그 아일랜드 마을들이 더 정겹게 느껴졌다. 추운 날씨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3시간 이상 탄 후 잘 보이지 않는 경치를 안개 뚫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Galway 가는 버스 안 여기 저기서 골아 떨어졌다.
Cliffs of Moher에선 안개가 자욱해서 그랬는지 사실 이날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Galway라는 도시를 들른 것이다. Cliffs of Moher 에서 눈이 충분히 만족을 누리지 못해서 그랬을까 이곳에서는 혀가 충분한 기쁨을 누렸다. 맛집이 여기 저기 있는 Galway 골목에서 관광 안내하시는 분이 추천한 식당 두군데 정도 들렀는데 McDonagh’s 에서는 Fish & Chips를 그리고 다른 곳인 The Kings head 에서는 그 지역 특산품이며 이 집의 인기 메뉴인 싱싱한 생굴을 맛 봤는데 그렇게 환상적일 수가 없었다. 저녁 늦은 시간 더블린에 돌아온 후엔 숙소 근처 유명 식당에서 맛있는 고기가 듬뿍 들어간 Stew를 먹고 그 다음날 일어나서 아일랜드 더블린의 Trinity 대학과 주변의 공원들 그리고 그때가 고난주간이어서 그랬는지 주중에 유서 깊은 곳에서 예배가 있어서 예배도 드렸다. Queen of Tarts라는 곳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짧지만 알차게 아일랜드에서 시간을 보낸 후에는 기차를 타고 아일랜드 바로 윗동네이지만 다른 나라인 북아일랜드로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