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9일은 부활주일이었다.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유럽쪽에 있다가 부활절즈음에 방문하게 된 나라가 영국이었다. 이 시기에 유럽의 다른 나라가 아니라 영국에서 부활절을 맞이하게 되어서 더 뜻 깊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역사에서 영국 출신 영적 거장들 중에 내가 존경하는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John Knox, John Bunyan, William Carey, John Wycliffe, Charles Spurgeon, Martyn Lloyd Jones 그리고 한반도에 순교의 피를 쏟은 웨일즈 출신 Thomas 선교사 등등 그 수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4월 8일 늦은 저녁 북아일랜드 벨페스트에서 런던에 도착하여 다음날 4월 9일 아침 일찍부터 Westminster Abbey의 부활절 예배시간에 맞추어 도착하기 위해 발걸음을 제촉했다. 지나가는 길에는 Martyn Lloyd Jones 목사님께서 오랜 시간 시무하신 교회도 있었기에 잠시 망설여졌다. 의대에 들어갔음에도 목회자의 길을 택하신 설교의 대가이시기에 그분이 오랜시간 설교하셨던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Westmister Abbey 에 나름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미 줄은 교회 건물을 빙 돌아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교회 건물 다른 편에도 줄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러다가 일찍 일어나서 부랴부랴 걸음을 제촉한 보람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바로 뒤에는 택사스 출신과 시카고 출신의 백인들이 나와 같은 목적으로 줄을 서고 있었다. 예배가 시작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줄이 길어서 꽤 오랜시간 대화를 이어나갔다. 줄이 너무 길어서인지 시카고에서 온 분이 아마도 이 줄에는 Chester 들이 꽤나 서 있을 것이라고 했다. Cheaster는 아마도 Christmas 와 Easter에만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자들을 지칭하는 합성어인 것 같았다. 옆에 있는 그분의 부인은 누가 들을쎄라 “They could do what they want” 라며 혹시라도 Cheaster로 지칭 되는 사람들이 들었을까 조심스러워 했다. 자연스럽게 직업 얘기로 넘어갔는데, 난 내가 요즘에 주로 하는 일은 통역 일이고 지금은 이스라엘에서 목회자들에게 설교학을 가르친 후 미국으로 가려는 중인데 서울에 주일 설교 일정이 잡혀 있어서 곧 한국에 가야한다고 하니 나를 조금 달리 보는 듯 했다. 늘 뉴스나 Queen Elizabeth의 장례예배 등 영국에서의 큰 행사가 있을 적에 텔리비전을 통해서만 봤던 Westminster Abbey 내부에 들어가서 부활절 예배를 드릴 줄이야…
Westminster Abbey에서 드린 예배가 끝이 아니었다. 오후 2시가 지난 시간에 줄을 길게 선 일식집에서 그날 첫끼 식사를 한 후에 양이 너무 적어서 찾은 가까운 곳에 있는 한식집에서 알게된 한인 청년 종업원 분이 가까운 곳에 한국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서 가보니 누구나 다 알만한 선교사님이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이었다. Westminster Abbey에서의 예배만으로는 왠지 성이(?) 안찾는데 예배를 또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군가는 짧은 런던 일정에 몇시간씩 예배를 드리냐고 하겠지만 누구나 자신이 미쳐있는 것과 관심사가 다 다르니 어쩌겠는가…?
런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답게 저녁도 낮에도 그 멋짐은 꾸준했다. 영국 런던은 12년 전에 와보고 처음이었는데 그간 한인 거주 인구도 굉장히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형 한인마켓도 그렇고 많은 한국 식당들도 그렇고 말이다. 혹시 손흥민 선수의 토트넘에서의 활약이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을 이 지역으로 몰리게 하지는 않았을까? 이미 그 전부터 한국인들이 많이 살았겠지만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 많은 한국 사람이 사는 런던에서 만난 인연은 또 일본인이었다. 나는 신기하게도 세계 어디를 가던지 한국인들보다는 일본인들과 더 많이 사귀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고 일본인들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이번에 만난 친구는 일본 후쿠오카 출신의 20대 후반 이었다. 그는 해리포터에 광팬이라서 영국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해리포터와 관련된 장소가 있는 영국 런던까지 무작정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영국 런던에서 살 곳이 마땅치 않아 집을 구하고 있는 중이란다. 해리포터에 별 관심이 없는 나를 붙잡고 해리포터와 관련된 장소들을 적극 추천하며 가보라고 하였다.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정말 할 일이 없어지면 잠시 들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실로 이 해리포터의 저자가 현재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에 갔을 때는 Harry Potter와 관련된 곳이 이곳 저곳에 많이도 위치해 있었다. 이 친구와는 지금도 가끔 이메일로 안부를 묻고는 한다. 내가 믿는 예수님을 전했는데, 그는 믿지는 않지만 자신의 할머니가 후쿠오카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할머니의 오랜 기도를 받았을 이 친구도 언젠가는 믿는 날이 오기를…
영국 런던을 떠나는 날, 이곳에 온 김에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 구장에 가기로 했다. 지인들에게 손흥민의 티셔츠라도 하나 사다 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나 또한 새로 지어진 구장이 어떤지 가보고 싶기도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월요일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이날은 영국 옥스포드로 이동을 하는 날이기에 바쁜 일정이었다. 내 숙소가 있던 런던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꽤 가야 있는 구장이라서 전철을 타고 또 버스를 타야지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을 하니 역시 새로 지어진 구장답게 최신식으로 웅장하게 지어졌음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토트넘 구장에 있는 Store shop에는 역시 손흥민의 티셔츠가 가장 눈에 띄었다. 헤리 케인이 뛰던 시절이라서 구단에서 헤리 케인을 좀 더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할지 몰라도 장담하건대 손흥민의 이름과 번호가 들어간 옷들이 가장 많이 팔릴 것이다. 한국인들이라면 100이면 100 모두 Son과 7이라고 적힌 옷을 구입 할 것이 당연하고 또 영국 내에서도 손흥민이 인기가 대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에 더하여 꼭 손흥민의 팬이 아니더라도 아들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기념품 가게에 들어와서 자신의 아들에게 Son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혀 주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손흥민 선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Son이라는 단어와 7이라는 성경에서 완전을 상징하는 숫자를 생각할 때 왠지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케 하는 것이 좋아서 구입했다. 내 조카들과 매형들 것까지 7장의 티셔츠를 샀다. 토트넘 구단 레비 회장도 손흥민이 토트넘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 것이다. 실력이면 실력, 인성이면 인성에다가 모르기는 몰라도 손흥민이 구단에게 가져다 주는 부수입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손흥민을 좋아하는 많은 한국팬들이 모두 토트넘의 팬이기도 하기에 손흥민을 다른 구단에게 빼앗기면 여러모로 손해인 것이 분명하다.